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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행복

법정스님시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

by 명경심 2019. 10. 26.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다.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 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은
엷은 우수에 물들어 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의 대중가요에도
속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
그런 가사 하나에도
곧잘 귀를 모은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멀리 떠나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깊은 밤 등불 아래서
주소록을 펼쳐들고
친구들의 눈매를
그 음성을 기억해 낸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한낮에는 아무리 의젓하고
뻣뻣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해가 기운 다음에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하나에
귀뚜라미 우는소리
하나에도 마음을 여는
연약한 존재임을 새삼스레 알아차린다.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고 싶다
한사람 한사람
그 얼굴을 익혀두고 싶다
이다음 세상
어느 길목에선가
우연히 서로 마주칠 때
오! 아무개 아닌가 하고
정답게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익혀 주고 싶다.

이 가을에 나는
모든 이웃들을 사랑해 주고 싶다
단한 사람이라도
서운하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가을은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

 


_법정 스님 _

 

 

 

 

오랫만에 법정스님의  시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을 읽어 보았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는 날씨에 단풍이 깊이를 더해가듯

마음에도 우수가 깊어가는 것 같습니다.

 

산다는게 무얼까?

.

.

.

.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걸 보면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 맞나 봅니다.

 

오늘은 법정스님이 쓰신 시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을 읽어보며 나 자신을 돌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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